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공교육에 의존해온 취약계층의 ‘학습 퇴행’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저학년생 일부는 행동이 어눌해지거나 그간 익힌 한글이나 구구단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올해도 전면 출석 수업이 힘든 상황에서,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교육 체제에 대한 고민이 시급해 보인다. 7일 한국교육개발원 김경애 교육복지연구실장 등이 작성한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학생들의 학력은 물론 건강에서도 양극화 심화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위해 대도시와 중소도시, 읍면지역 등 4개 지역 학생 13명과 학부모 11명,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 29명, 지역기관·지방자치단체 관계자 14명 등 총 67명과 면담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진단했다. 우선 교육 환경이 불리한 취약계층 학생들은 부모의 경제력 약화와 스트레스 증가, 교사·돌봄 인력과의 접촉 부족, 또래와의 학습 상호 작용 부족, 온라인 학습지원 환경 부족 등 주변 환경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불리한 학생의 범위에는 코로나19로 실업을 경험하거나 실직 위기에 있는 학부모를 둔 학생이나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학부모를 둔 학생 등도 편입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학생들이 학교 폐쇄나 등교 수업 연기로 공교육의 기능이 약화되고, 교육에서 가정 배경의 힘이 강해지면서 불리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취약계층 학생들의 교육 역량 수준이 떨어졌고, 현장에서는 발달과정에서 현상 유지도 되지 않는 퇴행까지 일어났다. 교직원 면담 결과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중에는 1학년 때보다도 행동이 어색하고 어눌해지거나 1학년 때 익힌 한글을 거의 잊고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한 연구 참가자는 “1학년 2학기 때는 글자를 보면서 조금씩 읽는 상황이었지만 2학년 때 온라인 학습 때 보니 글을 하나도 몰랐다”며 “결국 답답해하던 선생님이 ‘불러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학생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운동이 부족해 혈압과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사례가 발견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 온라인 수업에 결석하는 등 불규칙해진 수면 패턴으로 스스로 걱정하는 학생도 등장했다. 연구팀은 취약계층 학생들에게는 사교육 등 기댈 곳이 마땅하지 않았고, 이들에게는 학교가 전부였지만 휴교와 원격 수업 등이 이어지며 부작용이 심각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학생들의 불안요소는 과거 기초학습 부진에서 코로나19로 생활습관 붕괴나 정서적 고립으로 발전했고, 이는 계층 간의 격차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연구진은 “교육이 무너진 부분을 무시하고 기존의 시스템 내에 이미 만들어진 시간표대로 움직인다면 공교육과 사회가 뒤처진 아이들을 버리는 셈이 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밝혀진 문제에 대응할 뾰족하고도 광범위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 밖에서도 원활하게 학습할 수 있는 업데이트된 스마트 기기나 프린터, 학습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공적 학습 공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 세계일보 \u0026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