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신화는 더 평화스럽다 ? 르네 지라르의 비교신화학과 동양신화: 최영 장군, 반고, 치우천왕(도깨비, 붉은 악마), 푸루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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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일권 박사 TV (Ilk… Date23-05-03 00:00 Hit34 Comment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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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서 교수는 천지창조에 대한 동양신화에서도 반고라는 우주적 거인인 시체로부터 세계가 나왔다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서양 게르만 신화 등에서는 거인에 대한 집단살해와 집단폭력으로부터 세계가 나왔다고 하지만, 반고 신화에서는 반고의 자연적인 죽음으로부터 나왔다는 차이를 주장했다. 그렇기에 동양이 좀 더 평화스럽다는 뉘앙스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동양신화에서 초석적 살해와 폭력에 대한 내용들이 잘 등장하지 않는 것은 동양이 더 평화스러워서라기보다는 그 폭력에 대한 흔적지우기가 더 강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라르는 동양 인도신화의 우주적 거인 푸루샤 신화에서 나타난 집단살해, 집단폭력 그리고 초석적 살해에 대한 흔적지우기를 분석한다. 지라르에 의하면 전통문화는 폭력이 쉽게 노출되지 않고, 절대적 평화라는 기만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지라르는 『리그베다』 제10권의 푸루샤찬가(讚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이는 우주적 푸루샤, 즉 최초의 인간(原人)의 각 부분으로부터 만유(萬有)가 전개되었다는 ‘거인해체’에 의한 창조신화다. 신(神)이 푸루샤를 희생제물로 하여 제사를 올리자 그의 몸을 통해서 카스트 제도가 파생되었다고 한다.
지라르에 의하면 푸루샤는 “희생제사를 드리는 군중에 의해서 살해되었다.” 바로 이 초석적 “살해”로부터 모든 실재가 탄생했다. 이 푸루샤찬가는 초석적 신화이지만, “폭력은 이상하게도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라르에 의하면 이 창조신화는 “너무나 오래되어서 폭력이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이것은 “사물에 대한 절대적으로 평화스러운 베다적 개념”이다. 동양신화에서 집단살해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동양인들이 조화롭고 평화스러워서 그렇다기보다는 집단폭력에 대한 신화적 흔적지우기가 강했다고 보아야 더 옳을 것이다. 서구중심주의도 극복해야 하지만, 진지한 자기반성이 결여된 동양의 자기오리엔탈리즘도 넘어서서 우리 동양신화에서도 집단폭력과 마녀사냥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읽어내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필자의 책 “붓다와 희생양. 르네 지라르와 불교문화의 기원”에서 이미 주장한 것처럼 붓다의 죽음은 최초의 인간, 희생양 그리고 우주적 거인인 푸루샤 (purusha) 의 죽음과 동일시되었다. 붓다의 사리와 유물이 쪼개어져서 분배되는 것은 이 최초의 인간, 우주적 거인 그리고 희생양인 푸루샤의 사지절단이라는 신화적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라르는 희생제의적 집단에 의한 최초 희생양의 사지절단에 대해서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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